차가 스스로 속도를 조절하고 차선을 유지하며 앞차를 추월하기까지 한다면 ‘자율주행차’라고 불러도 될까요? 자율주행 단계를 구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차가 몇 가지 기능을 수행하느냐가 아닙니다. 누가 계속 도로를 감시하고 운전을 책임지는가가 핵심입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설명에 따르면 Level 2에서는 조향과 가속·제동을 차량이 동시에 수행할 수 있어도 운전자가 계속 주행환경을 감시해야 합니다. 반면 Level 4에서는 정해진 운행 조건 안에서 시스템이 운전 전체를 담당하며 탑승자는 운전에 개입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서 운전대를 잡지 않고 몇 분간 달릴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Level 4라고 판단하면 안 됩니다. 앞으로 자동차를 살 때는 ‘자동 차선 변경’ 같은 기능 이름보다 이 책임 구조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자율주행 단계, Level 2와 Level 4를 가르는 것은 무엇일까
미국에서 사용하는 기본 분류는 SAE International의 Level 0부터 Level 5까지 여섯 단계입니다. NHTSA도 이 분류를 소비자 안내에 사용합니다.
| 구분 | 누가 실제 운전을 하나 | 누가 도로를 감시하나 | 운전자 역할 |
|---|---|---|---|
| Level 2 | 운전자 + 시스템 지원 | 운전자 | 항상 주행을 감시하고 필요하면 즉시 개입 |
| Level 3 | 조건이 맞으면 시스템 | 시스템 | 시스템의 요청이 있을 때 운전을 넘겨받을 준비 |
| Level 4 | 정해진 운행 조건 안에서는 시스템 | 시스템 | 해당 조건 안에서는 승객 역할 |
Level 2에서 차량이 차선 중앙을 유지하면서 앞차와 간격을 맞춰 가속과 제동까지 수행할 수 있습니다. 기능만 보면 상당히 ‘자율주행’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NHTSA 표현으로는 여전히 “You Drive, You Monitor”입니다. 운전자가 운전의 주체라는 뜻입니다. Level 3부터 중요한 변화가 생깁니다. 시스템이 주행환경까지 감시하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운전자에게 제어권을 돌려줄 수 있습니다.
Level 4가 되면 한 단계 더 넘어갑니다. 시스템이 허용된 조건 안에서 운전을 맡으며 사람에게 갑자기 운전대를 넘겨받으라고 요구하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하지 않습니다.
‘손을 떼도 된다’와 ‘운전을 맡겨도 된다’는 전혀 다른 말입니다
소비자가 가장 혼동하기 쉬운 부분입니다. 일부 운전자 보조 기능은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을 이용해 일정 조건에서 운전대에서 손을 떼는 주행을 허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hands-free가 반드시 eyes-off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운전대를 잡고 있지 않아도 계속 전방과 주변 상황을 감시해야 한다면 기본적인 책임 구조는 여전히 Level 2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Level 2+, Level 2++ 같은 표현도 자주 등장합니다. 하지만 SAE의 공식 자동화 분류 자체가 Level 2+, Level 2++라는 별도의 단계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공식 분류는 Level 0~5입니다.
따라서 이름 뒤에 ‘+’가 몇 개 붙었는지를 보기보다 사용설명서에서 운전자가 계속 도로를 감시해야 하는지, 시스템이 어느 상황까지 책임지는지를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현대차가 공개한 Level 2++와 Level 4도 같은 기술은 아닙니다
이번 아이오닉 관련 관심에서 특히 구분해야 할 부분도 여기에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26년 9월 13일 공개한 자율주행 로드맵에서 NVIDIA 기술을 활용한 Level 2+ 양산차를 2028년 상반기, Level 2++ 차량을 같은 해 하반기에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자체 개발 중인 Atria AI를 적용한 Level 2++ 차량은 2029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동시에 현대차그룹은 Atria AI를 이용한 Level 4 실도로 검증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올해 말 전남·광주 지역에서 관련 실증 차량을 운영해 실제 도로 데이터를 확보한다는 계획입니다.
여기서 ‘Level 2++ 양산’과 ‘Level 4 실증’을 같은 의미로 읽으면 안 됩니다. 전자는 운전자 보조기술의 상품화를 의미하고, 후자는 더 높은 단계의 자동화 기술을 실제 환경에서 시험하고 검증하는 과정입니다.
즉 현대차가 Level 4 차량을 일반 소비자에게 곧 판매한다고 발표한 것은 아닙니다. 기술 개발 계획과 양산 확정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Level 4라고 해서 미국 어디서나 스스로 달리는 것은 아닙니다
Level 4를 이해하려면 Operational Design Domain, 즉 ODD라는 개념도 알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쉽게 말해 자율주행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설계된 운행 조건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 도시의 일정 구역, 지정된 도로, 일정 속도 이하, 특정 날씨와 시간대처럼 조건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Level 4 로보택시가 한 도시에서는 운전자 없이 움직여도 다른 주의 눈 덮인 산길까지 스스로 갈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NHTSA도 Level 4를 시스템이 제한된 서비스 영역 안에서 모든 주행 업무를 담당하는 단계로 설명합니다. 모든 도로와 모든 조건에서 사람 없이 운전할 수 있는 단계는 Level 5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평가할 때도 “무인으로 달린다”는 사실만 볼 것이 아니라 어디서, 어떤 날씨에서, 어느 속도까지 운행하도록 허용됐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Level이 올라가면 사고 책임도 자동으로 자동차 회사로 넘어갈까
여기서는 기술 분류와 법률상 책임을 구분해야 합니다.
Level 2에서는 운전자가 계속 주행환경을 감시해야 하므로 운전자에게 요구되는 주의 의무가 매우 중요합니다. 시스템이 운전대를 움직이고 있었다고 해서 사고 책임이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모든 사고가 운전자 책임이라는 의미도 아닙니다. 차량이나 소프트웨어 결함, 다른 차량의 과실 등 사고 원인에 따라 제조물 책임이나 다른 법적 문제가 함께 발생할 수 있습니다.
Level 4에서도 “사고가 나면 자동차 회사가 100% 책임진다”는 공식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SAE Level은 기술적인 자동화 분류이고 실제 사고 책임과 보험 처리는 각 주의 법률, 차량 운영 주체, 보험계약, 시스템 결함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처럼 자율주행 차량의 테스트와 무인 운행을 별도의 허가 체계로 관리하고, 자율주행 테스트 차량의 충돌 사고를 제조업체가 DMV에 보고하도록 요구하는 주도 있습니다.
자동차를 살 때 ‘자율주행’이라는 이름보다 이것을 확인하세요
- 누가 도로를 계속 감시해야 하는가: 운전자가 항상 주변 상황을 봐야 한다면 Level 2 계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 시스템이 운전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는가: 조건부 자동화에서 운전자에게 제어권 인계를 요구한다면 Level 3의 핵심 특징입니다.
- 어디에서 작동하는가: 고속도로만 가능한지, 특정 도시와 도로로 제한되는지, 악천후에는 작동을 중단하는지 ODD를 확인해야 합니다.
- 사용설명서가 운전자의 책임을 어떻게 규정하는가: 광고 명칭보다 차량 매뉴얼의 ADAS·운전자 모니터링·주의 의무 설명이 더 중요합니다.
앞으로 자율주행 기능이 빠르게 늘어나면 차량은 지금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차선을 바꾸고, 교차로를 통과하며, 주변 차량과 보행자를 피하게 될 것입니다. 그럴수록 사람은 “차가 이 정도까지 하는데 내가 왜 운전자이지?”라는 생각을 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자율주행 단계의 경계는 자동차가 얼마나 사람처럼 운전하는지보다 그 순간 누가 운전을 맡고 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Level 2에서는 아무리 기능이 많아도 운전자가 감시자이자 운전자입니다. Level 4에서는 허용된 운행 영역 안에서 시스템이 그 역할을 맡습니다.
새 차의 ‘자율주행’ 광고를 보게 된다면 기능 개수보다 먼저 한 가지를 물어보시면 됩니다. “이 기능을 켠 순간에도 내가 계속 도로를 감시해야 하는가?” 이 질문의 답이 현재 자동차 자동화 수준을 판단하는 가장 빠른 출발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