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못 구하면 해외에서 데려오면 될까? 미국 H-2A·H-2B 고용의 실제 조건

한국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것처럼 미국 외국인 근로자 제도도 사람이 부족한 농장이나 호텔, 조경업체 등이 해외 인력을 데려오는 데 활용할 수 있을까요?

가능합니다. 다만 미국 사업주가 “직원을 못 구했으니 해외에서 사람을 채용하겠다”고 바로 근로자를 데려올 수 있는 구조는 아닙니다. 농업이라면 주로 H-2A, 비농업의 임시·계절 인력이라면 H-2B 제도를 검토하게 되며, 미국 내 근로자를 먼저 구할 기회를 제공하고 정해진 임금과 고용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한국 고용노동부도 2026년 9월 14일부터 29일까지 4회차 E-9 신규 고용허가 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총 배정 규모는 12,357명이며, 신청 사업주는 원칙적으로 7일간 내국인 구인 노력을 거친 뒤 신청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미국 역시 제도의 형태는 다르지만 “국내 근로자를 구할 수 있는지 먼저 확인한다”는 원칙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미국 외국인 근로자 고용은 단순한 인력 부족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미국 노동부가 H-2A와 H-2B를 심사할 때 보는 핵심 질문 가운데 하나는 미국에서 해당 일을 할 수 있고, 일할 의사가 있으며, 자격을 갖춘 근로자를 충분히 구할 수 있는가입니다.

또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다고 해서 같은 일을 하는 미국 근로자의 임금과 근로조건이 나빠져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이 제도는 일반적인 해외 인력 채용 프로그램이라기보다 미국 내에서 필요한 임시 인력을 충분히 구하지 못했을 때 일정 조건 아래 해외 인력을 보충하는 제도에 가깝습니다.

농업은 H-2A, 비농업 계절 인력은 H-2B가 기본입니다

구분 H-2A H-2B
주요 목적 임시·계절 농업 근로 임시 비농업 근로
대표 업종 농장·농축산업 등 호텔·리조트·조경·관광·수산가공 등
핵심 조건 임시 또는 계절적 농업 수요 고용주의 임시 인력 수요
미국인 근로자 모집 필요 필요
연간 기본 쿼터 법정 연간 쿼터 없음 기본 연 66,000명

H-2A에는 H-2B와 같은 연간 비자 상한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무제한으로 아무 농업 일자리에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일자리가 임시 또는 계절적이어야 하고, 미국 내 근로자 모집과 임금·주거 등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H-2B는 기본적으로 연 66,000개의 법정 쿼터가 있으며 회계연도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33,000개씩 나뉩니다.

호텔이나 식당이라고 H-2B가 자동으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H-2B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업종 이름보다 왜 지금 추가 인력이 필요한가입니다.

미국 노동부가 인정하는 temporary need는 크게 one-time occurrence, seasonal need, peakload need, intermittent need로 구분됩니다.

예를 들어 여름 관광철에 고객이 급증하는 리조트나 호텔, 특정 계절에 작업량이 크게 늘어나는 조경업체라면 계절적 또는 peakload 수요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반면 연중 영업하는 식당이 “직원이 계속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상시 직원을 H-2B로 충원하려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사람이 부족하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해당 해외 인력이 필요한 이유가 고용주의 일시적 수요라는 점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건설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건설업이라는 이유로 자동으로 H-2B가 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 프로젝트나 단기적인 업무 증가가 프로그램의 temporary need 기준에 맞는지 판단해야 합니다.

사업주는 해외 근로자를 찾기 전에 미국에서 먼저 사람을 구해야 합니다

H-2A와 H-2B에서 미국 근로자 모집은 단순한 형식적인 절차가 아닙니다.

H-2A의 경우 고용주는 주 노동기관과 연계해 구인 정보를 게시하고, 과거 근무했던 미국 근로자에게 다시 일할 의사가 있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자격을 갖춘 미국 근로자가 지원하면 정당하고 직무와 관련된 이유 없이 거절할 수 없습니다.

H-2B도 노동부의 승인을 받은 뒤 미국 근로자를 모집하는 절차가 있으며, 자격을 갖추고 실제 근무가 가능한 미국 지원자를 채용해야 합니다.

즉 사업주가 먼저 해외에서 사람을 정한 뒤 형식적으로 미국 구인광고를 올리는 구조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실제 고용 절차는 어떤 순서로 진행될까

  1. 업무와 인력 수요를 판단합니다. 농업인지 비농업인지, 그리고 고용 수요가 실제로 임시·계절적인지 확인합니다.
  2. 적용 임금을 확인합니다. H-2B는 prevailing wage를 먼저 산정하는 절차가 필요하며 H-2A 역시 정해진 임금 기준을 따라야 합니다.
  3. 미국 근로자를 모집합니다. 주 노동기관과 노동부 절차에 따라 해당 일자리를 미국 근로자에게 공개합니다.
  4. 미국 노동부의 Temporary Labor Certification을 받습니다. 노동부가 미국인 근로자 공급과 임금·근로조건 등에 미칠 영향을 검토합니다.
  5. USCIS에 청원합니다. 일반적으로 고용주가 Form I-129를 제출하는 단계로 이어집니다.
  6. 해외 근로자가 비자와 입국 절차를 진행합니다. 승인된 청원만으로 모든 절차가 끝나는 것은 아니며 대상 근로자의 비자·입국 요건도 충족해야 합니다.

따라서 오늘 사람이 부족해 다음 주 해외 근로자가 출근하도록 만드는 제도는 아닙니다. 특히 H-2B는 prevailing wage와 노동인증 신청 시기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성수기가 시작되기 수개월 전부터 준비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162,603명이 몰렸다는 숫자가 보여주는 H-2B 경쟁

H-2B의 가장 큰 현실적인 문제 가운데 하나가 쿼터입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2026년 4월 1일 근무 시작을 요청한 H-2B 신청은 2026년 1월 1일부터 3일까지 단 사흘 동안 10,062건, 162,603개 일자리에 달했습니다.

당시 기본 반기 비자 배정량은 33,000명이었습니다. 신청된 일자리 수가 기본 배정량의 거의 5배에 달한 것입니다.

다만 여기서 33,000명을 그 해 실제 고용 가능한 최종 숫자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미국 정부는 인력 부족 등에 대응하기 위해 회계연도별로 추가 H-2B 비자를 허용하기도 합니다. 2026 회계연도에는 임시 규정을 통해 최대 64,716개의 추가 H-2B 비자가 허용됐습니다.

따라서 H-2B를 검토하는 사업주는 기본 쿼터뿐 아니라 해당 회계연도에 추가 비자가 있는지, 자신의 사업과 근로자가 추가 쿼터의 조건을 충족하는지도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외국인 근로자는 ‘더 싸게 고용하는 인력’이 아닙니다

H-2A와 H-2B 제도의 목적에는 미국 근로자의 임금과 근로조건을 보호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H-2B 고용주는 일반적으로 해당 직종·지역의 prevailing wage와 연방·주·지방 최저임금 가운데 적용되는 기준을 충족해야 합니다.

H-2A는 임금뿐 아니라 사업주의 의무가 더 넓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근로자가 매일 본인의 거주지로 돌아갈 수 없는 경우 일정 요건 아래 고용주가 적절한 주거를 비용 없이 제공해야 하며, 교통비와 업무에 필요한 장비 등에 대해서도 관련 규정이 적용됩니다.

따라서 H-2A나 H-2B를 단순히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접근하면 실제 고용비용과 규정 준수 부담을 잘못 계산할 수 있습니다.

미국 외국인 근로자를 검토하는 사업주라면 먼저 확인할 것

  • 필요한 일이 농업인지 비농업인지 구분합니다.
  • 직원이 부족한 이유가 상시적인지, 특정 계절이나 일시적인 수요인지 확인합니다.
  • 필요 인원과 정확한 근무 시작일·종료일을 정리합니다.
  • prevailing wage와 H-2A의 주거·교통 등 부대비용까지 포함해 실제 인건비를 계산합니다.
  • 성수기 직전에 신청하기보다 노동부 신청 일정과 H-2B 쿼터를 미리 확인합니다.

실제 신청을 고려한다면 미국 노동부의 Foreign Labor Application Gateway인 FLAG와 SeasonalJobs.dol.gov에 공개된 실제 구인 사례를 먼저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어떤 직종과 기간, 임금조건으로 H-2A·H-2B 일자리가 승인·모집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사람이 부족하다고 해외 근로자를 바로 데려올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농업의 H-2A나 임시 비농업 인력을 위한 H-2B의 조건에 맞고, 미국 근로자 모집과 노동인증·임금 기준을 충족한다면 해외 인력을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는 길은 마련되어 있습니다.

특히 호텔·식당·조경·관광·건설업 사업자라면 “우리 업종이 H-2B 대상인가?”보다 먼저 “우리 회사가 필요한 인력이 정말 temporary need에 해당하는가?”를 확인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H-2A·H-2B 규정과 추가 쿼터, 임금 기준은 변경될 수 있습니다. 실제 고용을 진행할 때는 신청 시점의 미국 노동부와 USCIS 최신 규정을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이민법 전문가의 검토를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