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7년 5월 27일 아침, 샌프란시스코의 짙은 안개가 갈라지던 순간을 상상해 보세요. 그날 첫 자동차가 골든 게이트 브리지를 건너는 장면은 마치 새 시대를 여는 퍼레이드 같았고, 도시 전체가 들썩였죠. 하지만 그 화려한 개통식 뒤에는 우리가 쉽게 잊고 지나치는, 무거운 그림자가 남아 있습니다.

바람과 싸우며 세워진 다리
1933년부터 4년 동안 이어진 공사는 그야말로 인간 의지의 결정판이었습니다. 당시로서는 어마어마했던 공사비 3,500만 달러를 초과 없이 맞춰 완공했고, 주의 엔지니어 조셉 스트라우스는 이 다리를 “인간의 오만을 다스리는 교각”이라고 불렀죠.
주탑 사이를 잇는 1280m의 주두 길이는 지금 봐도 대담한 숫자입니다.
하지만 이 경이로운 기록의 반대편에는 건설 중 11명의 노동자가 추락해 숨진 비극이 있습니다. 심지어 안전벨트를 착용한 노동자들도 예외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골든 게이트 브리지는 단순한 랜드마크가 아니라, 누군가의 삶 위에 세워진 구조물이기도 하니까요.
왜 ‘국제 오렌지’ 색일까?
멋진 다리 사진을 보면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그 ‘붉은빛’입니다. 사실 이 색은 아무렇게나 골라진 게 아니에요.
흐린 날이 잦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선박들이 다리를 더 쉽게 식별하도록, **국제 오렌지(International Orange)**라는 독특한 색을 채택했습니다. 덕분에 안개 속에서도 다리가 선명하게 살아납니다.
그리고 지금도 매년 약 3만 8천 갤런의 페인트가 사용되며, 이 거대한 구조물은 끊임없이 새 옷을 갈아입고 있습니다.
가장 아름답고, 동시에 가장 어두운 곳
골든 게이트 브리지는 아름다움과 상징성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버킷리스트에 올라 있지만, 이곳에는 말하기 어려운 어두운 역사도 있습니다.
1937년 개통 이후,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하루 평균 한 명꼴이라는 놀라운 수치죠. 샌프란시스코시는 최근 7억 6천만 달러를 들여 자살 방지망을 설치했지만, 여전히 바람과 안개 사이에는 슬픈 그림자들이 남아 있습니다.
다리를 건넌다면
다음에 골든 게이트 브리지를 건널 일이 있다면, 잠시 난간 너머를 내려다보세요.
넓게 펼쳐진 바다와 바람 속에서 들리는 건 단지 ‘연결의 기쁨’뿐만이 아닙니다. 어쩌면 그 아래엔 이별의 아픔, 그리고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이야기들이 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샌프란시스코의 가장 화려한 다리이자, 가장 많은 이야기가 잠든 곳. 골든 게이트 브리지—그 빛과 그림자를 함께 기억해 주세요.



